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4월 9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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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커넥트 :
그라운드에서 온 편지
커넥터스는 기자들이 만드는 채널입니다. 넓게 보는 것, 구조를 읽는 것, 업계 흐름을 짚는 것. 그런 일들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본 사람만이 아는 것들, 그 깊이는 쉽게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달부터 커넥터스에 변화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넓이는 에디터들이, 깊이는 현장에 있는 외부 필진들이 채워주는 구조입니다. 이달에는 특히 여러 분들이 새로운 필진으로 함께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로 SF익스프레스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맡고 있는 장대진 님을 소개합니다. 처음 만난 건 커넥터스와 SF익스프레스 간 공동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런데 웬걸. 제휴 미팅으로 만났던 이 분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SF익스프레스에 합류하기 직전, 약 1년여 간 냉동 디저트 브랜드를 창업했던 스토리를 꺼내놓았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필력이었습니다. 장대진 님이 한 국책연구기관에 기고한 글을 받아봤는데, 넷플릭스 드라마 〈매드유니콘〉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었고, 개인 블로그의 글들도 흡입력이 충분했습니다. 이미 <로케팅>이라는 책을 집필한 저자이기도 했고요. 실무 경험도 있고 글도 쓸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은 업계에 흔치 않습니다. 놓치면 안 됐고, 곧바로 제안을 했습니다.
그 첫 번째 글이 얼마 전 커넥터스에 공개됐습니다. ‘아사이볼’이라는 아이템 선정부터 직접 가공 공장을 차리기까지, 그리고 아무도 사지 않는 시간을 버티는 법까지 담겨 있습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브랜드와 유통 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분명히 닿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디테일이 담겼으니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이커머스를 안다고 생각했던 물류 실무자의 디저트 브랜드 창업기, 커넥터스]
장대진 님이 그 첫 번째입니다. 다음 주에는 여러 크고 작은 물류센터 셋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뛴 또 다른 기업 실무자의 이야기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에디터가 취재로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감각을 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커넥터스는 이런 분들을 계속 찾아갈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에디터들이 쉽게 닿기 어려운 깊이의 이야기를 가진 분들. 혹시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 중에 직접 글을 써보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언제든 제안해 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라운드의 감각을 전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숫자로 보는 성숙기의 신호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 역설적으로 플랫폼은 지금 가장 어려운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더 많은 판매자, 더 많은 구매자, 더 낮은 비용. 이커머스를 성장시켜온 이 공식이 이제는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지난 8일, 국회 온라인유통산업발전포럼(대표의원 : 김성원·허종식)이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꺼낸 키워드는 ‘플랫폼의 역설’이었습니다. 단순한 위기론이 아닙니다. 구조적인 전환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온라인유통산업발전포럼 발제 및 토론 현장 ⓒ한국온라인쇼핑협회먼저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소매업태별 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소매업태 경상금액 성장률은 2.1%로 전망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로 하락세가 전망되는데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실질 소득 하락, 인구 감소, 내수 부진이 겹친 결과입니다.
그나마 온라인 쇼핑은 그 안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온라인 쇼핑 성장률은 3.5%(소매업태별 판매액 통계, 무점포 소매 경상금액 기준),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망한 2026년 성장률은 3.2% 수준으로 전체 소매 시장의 성장동력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 수치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률 자체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1.8%에 달했는데요. 2025년에는 4.8%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연도별 국내 이커머스 거래액 및 성장률 ⓒ국가데이터처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기준 59%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미 소매 시장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유석 교수는 이 지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보편화됐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요.
유통업태별 매출 구성 변화 ⓒ산업통상부플랫폼의 역설: 세 가지 성장 엔진이 동시에 멈추다
이유석 교수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이 성장해 온 방식에는 세 가지 핵심 메커니즘이 있었습니다. 경로 효율 극대화, 간접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규모의 경제입니다. 이 세 가지가 지금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첫 번째, 경로 효율 극대화입니다. 플랫폼의 본래 역할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였습니다. 재고를 보유하거나 배송을 직접 책임지지 않고, 그 역할을 참여자들에게 맡기면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냈습니다. 담당 경로흐름을 최소화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성장 방식입니다.
그런데 지금 주요 플랫폼들은 이 ‘중개’를 벗어나 직접 경기장을 뛰는 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쿠팡이 대표적입니다. 쿠팡은 직매입 유통 비중이 크고, 3자 판매자의 상품 역시 자사 물류로 처리하는 풀필먼트 사업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쿠팡뿐만 아니라 네이버를 비롯한 대부분의 플랫폼들이 통제할 수 있는 상품,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2026년 3월 조사 기준 플랫폼별 만족 및 불만족도 증가 요소.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소비자 심리 변화를 반영한다. ⓒ오픈서베이 온라인쇼핑 트렌드 리포트 2026두 번째, 간접 네트워크 효과의 역전입니다. 플랫폼은 판매자가 많을수록 구매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고 믿었습니다. 더 많은 상품 선택권(Selection)이 소비자에게 더 큰 효용을 준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권은 때때로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상품 속에서 탐색 비용이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유석 교수는 배달 앱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배달 앱에서 마라탕을 검색하면 서울 기준으로 100개가 넘는 가게가 쏟아집니다. 선택지가 많다고 소비자가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디서 시켜야 하지’라는 피로감이 앞섭니다. 이커머스도 같습니다.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수천 개의 유사 상품이 등장하는 순간, 플랫폼은 소비자의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존재가 아니라 늘리는 존재가 됩니다.
세 번째, 규모의 경제 달성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본래 플랫폼은 초기 개발비와 셀러 및 고객 유입 등에 사용하는 운영 및 마케팅 비용이 막대하게 들지만요. 어느 정도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이 비용들이 분산돼 수익성이 증가하게 되는 ‘규모의 경제’를 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그것이 이제는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물류를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두드러집니다. 순수 디지털 플랫폼과 달리, 실제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플랫폼은 물리적 제약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비가 오는 날에는 통상 음식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데요. 상대적으로 운행하러 나오는 배달 라이더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에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성숙기의 승자 조건: 효율에서 큐레이션으로
이유석 교수는 결론을 이렇게 맺었습니다. 성숙기에는 효율이 아니라 ‘차별화’가 경쟁 우위를 만든다고요. 그리고 그 차별화의 핵심은 ‘큐레이션’입니다. 정보의 양보다 질, 더 많은 상품보다 나에게 맞는 상품. 소비자가 원하는 건 이제 선택지가 아니라 답입니다. 수천 개의 검색 결과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한 가지. 그걸 골라주는 능력이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그러자면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취향과 맥락을 이해하는 편집자’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 데이터 기반의 머천다이징, 플랫폼이 직접 판단하고 제안하는 큐레이션. 이것이 성숙기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입니다.
큐레이션은 단순히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상품 선택이 아닙니다. 탐색비용을 낮추고 구매 전환율을 높이며,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쌓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그리고 이 큐레이션 능력은 규모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해당 카테고리에 대한 깊은 이해,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관계, 그리고 플랫폼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작동합니다.
한 편에서 내수 성장이 막힌 플랫폼에게 남은 또 하나의 선택지는 해외 시장입니다. 이유석 교수와 함께 발제를 맡았던 장윤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서비스산업팀장은 현재 K커머스의 해외 진출 흐름을 짚었습니다. 종합몰보다는 CJ올리브영, 무신사, 컬리 등 버티컬 플랫폼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요. 관심 지역은 물류 접근성이 높은 일본·동남아·중국과 최대 수요 시장인 북미가 중심입니다. 한류라는 문화적 자산이 K소비재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고, 역직구 니즈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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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글로벌 유통망 입점 수수료, 국제운송과 현지 풀필먼트·라스트마일 비용, 마케팅 비용, 그리고 미국의 소액면세 폐지 등 갖가지 규제 장벽이 겹치면서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적 딜레마가 많은 기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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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지점에서 “매출은 늘었지만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짚었습니다. 시장에 들어가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커넥터스 백브리핑 :
이론이 현장을 만났을 때
그렇다면 이론의 변화를 현장에서 먼저 체감하고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이날 토론에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무신사와 컬리의 정책 담당 실무자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은 학자의 언어로 정리된 ‘플랫폼의 역설’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체감되고 있는지 전했습니다.
무신사 서상범 대외협력실장은 이유석 교수의 ‘플랫폼의 통제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서 실장은 “소비자들은 이제 플랫폼이 하는 ‘통신판매중개자이기 때문에 책임질 필요 없다’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플랫폼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자에 불과하다는 논리, 문제가 생기면 판매자에게 직접 연락하라는 안내를 소비자들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들은 입점 판매자가 아닌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한다고 생각하며, 그 책임도 플랫폼이 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관련하여 무신사가 작년 직접 나선 사건이 있습니다. 패딩 혼용률 논란이었습니다. 패딩 제품의 소재 표기가 실제와 다르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무신사는 ‘중개자’ 입장을 고수하는 대신 직접 리소스를 투입해 입점 브랜드 상품들을 조사하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서 실장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이걸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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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 김시광 컬리 대외정책실장은 해외 진출의 현실을 날 것으로 보여줬습니다. 컬리는 2025년 7월 글로벌몰을 열고 K푸드 역직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미국의 소액면세 제도가 폐지됐습니다. 통관 절차가 복잡해졌고, 식품이다 보니 통관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폐기해야 하는 위험이 늘었습니다. 시작부터 역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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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컬리는 이번 시도에서 의미를 찾았습니다. 김 실장에 따르면 글로벌몰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0만 달러(약 4.4억 원)의 매출이 나왔습니다. 재구매율은 60%에 육박했습니다. 리뷰에는 ‘컬리가 직접 엄선한 상품이니 믿을 수 있다’는 말이 반복됐다는 전언입니다.
이날 토론이 흥미로웠던 건, 이론과 현장이 같은 결론을 향해 수렴했기 때문입니다. 학자는 데이터와 구조로, 기업은 현장의 실패와 선택으로 같은 말을 했습니다. 플랫폼이 더 많은 것을 책임질수록, 소비자의 선택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살아남는다는 것. 규모 경쟁의 시대가 끝나고 신뢰와 큐레이션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 커넥터스는 그 흐름을 계속 쫓겠습니다.
커넥터스 프리미엄 콘텐츠 TOP5
1. [창업 스토리] 이커머스를 안다고 생각했던 물류 실무자의 디저트 브랜드 창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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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동]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 ‘10시간 새벽배송 체험’에 대한 현장 평가
5. [이슈] 우아한청년들 신입 대표 내정에 대한 내·외부 반응들
곧 열리는 커넥터스 커뮤니티
- 곧 새로운 모임 공지가 오픈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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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스는 기자들이 만드는 채널입니다. 넓게 보는 것, 구조를 읽는 것, 업계 흐름을 짚는 것. 그런 일들은 어느 정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한계가 있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본 사람만이 아는 것들, 그 깊이는 쉽게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달부터 커넥터스에 변화를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넓이는 에디터들이, 깊이는 현장에 있는 외부 필진들이 채워주는 구조입니다. 이달에는 특히 여러 분들이 새로운 필진으로 함께할 예정입니다.
그 첫 번째로 SF익스프레스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을 맡고 있는 장대진 님을 소개합니다. 처음 만난 건 커넥터스와 SF익스프레스 간 공동 행사를 논의하기 위해서였는데요. 그런데 웬걸. 제휴 미팅으로 만났던 이 분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습니다. SF익스프레스에 합류하기 직전, 약 1년여 간 냉동 디저트 브랜드를 창업했던 스토리를 꺼내놓았는데, 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였습니다.
더 놀라운 건 필력이었습니다. 장대진 님이 한 국책연구기관에 기고한 글을 받아봤는데, 넷플릭스 드라마 〈매드유니콘〉으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이어지는 스토리텔링이 인상적이었고, 개인 블로그의 글들도 흡입력이 충분했습니다. 이미 <로케팅>이라는 책을 집필한 저자이기도 했고요. 실무 경험도 있고 글도 쓸 줄 아는 사람. 이런 사람은 업계에 흔치 않습니다. 놓치면 안 됐고, 곧바로 제안을 했습니다.
그 첫 번째 글이 얼마 전 커넥터스에 공개됐습니다. ‘아사이볼’이라는 아이템 선정부터 직접 가공 공장을 차리기까지, 그리고 아무도 사지 않는 시간을 버티는 법까지 담겨 있습니다. 창업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도, 브랜드와 유통 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도 분명히 닿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직접 겪어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디테일이 담겼으니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이커머스를 안다고 생각했던 물류 실무자의 디저트 브랜드 창업기, 커넥터스]
장대진 님이 그 첫 번째입니다. 다음 주에는 여러 크고 작은 물류센터 셋업 현장을 직접 발로 뛴 또 다른 기업 실무자의 이야기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에디터가 취재로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감각을 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커넥터스는 이런 분들을 계속 찾아갈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에디터들이 쉽게 닿기 어려운 깊이의 이야기를 가진 분들. 혹시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 중에 직접 글을 써보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언제든 제안해 주세요. 여러분의 이야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그라운드의 감각을 전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숫자로 보는 성숙기의 신호들
온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당연해진 시대, 역설적으로 플랫폼은 지금 가장 어려운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더 많은 판매자, 더 많은 구매자, 더 낮은 비용. 이커머스를 성장시켜온 이 공식이 이제는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지난 8일, 국회 온라인유통산업발전포럼(대표의원 : 김성원·허종식)이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유석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가 꺼낸 키워드는 ‘플랫폼의 역설’이었습니다. 단순한 위기론이 아닙니다. 구조적인 전환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국가데이터처의 소매업태별 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소매업태 경상금액 성장률은 2.1%로 전망됩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올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은 0.6%로 하락세가 전망되는데요.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실질 소득 하락, 인구 감소, 내수 부진이 겹친 결과입니다.
그나마 온라인 쇼핑은 그 안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2025년 기준 온라인 쇼핑 성장률은 3.5%(소매업태별 판매액 통계, 무점포 소매 경상금액 기준), 대한상공회의소가 전망한 2026년 성장률은 3.2% 수준으로 전체 소매 시장의 성장동력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이 수치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률 자체가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1.8%에 달했는데요. 2025년에는 4.8% 수준까지 빠르게 하락했습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5년 기준 59%까지 올라왔습니다. 이미 소매 시장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이유석 교수는 이 지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보편화됐다는 건 더 이상 새로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뜻이라고요.
플랫폼의 역설: 세 가지 성장 엔진이 동시에 멈추다
이유석 교수에 따르면 이커머스 플랫폼이 성장해 온 방식에는 세 가지 핵심 메커니즘이 있었습니다. 경로 효율 극대화, 간접 네트워크 효과, 그리고 규모의 경제입니다. 이 세 가지가 지금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입니다.
첫 번째, 경로 효율 극대화입니다. 플랫폼의 본래 역할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중개’였습니다. 재고를 보유하거나 배송을 직접 책임지지 않고, 그 역할을 참여자들에게 맡기면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냈습니다. 담당 경로흐름을 최소화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는 성장 방식입니다.
그런데 지금 주요 플랫폼들은 이 ‘중개’를 벗어나 직접 경기장을 뛰는 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쿠팡이 대표적입니다. 쿠팡은 직매입 유통 비중이 크고, 3자 판매자의 상품 역시 자사 물류로 처리하는 풀필먼트 사업을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쿠팡뿐만 아니라 네이버를 비롯한 대부분의 플랫폼들이 통제할 수 있는 상품,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두 번째, 간접 네트워크 효과의 역전입니다. 플랫폼은 판매자가 많을수록 구매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한다고 믿었습니다. 더 많은 상품 선택권(Selection)이 소비자에게 더 큰 효용을 준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너무 많은 선택권은 때때로 소비자에게 피로감을 불러오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상품 속에서 탐색 비용이 오히려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유석 교수는 배달 앱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배달 앱에서 마라탕을 검색하면 서울 기준으로 100개가 넘는 가게가 쏟아집니다. 선택지가 많다고 소비자가 행복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어디서 시켜야 하지’라는 피로감이 앞섭니다. 이커머스도 같습니다.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수천 개의 유사 상품이 등장하는 순간, 플랫폼은 소비자의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존재가 아니라 늘리는 존재가 됩니다.
세 번째, 규모의 경제 달성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본래 플랫폼은 초기 개발비와 셀러 및 고객 유입 등에 사용하는 운영 및 마케팅 비용이 막대하게 들지만요. 어느 정도 거래량이 증가함에 따라 이 비용들이 분산돼 수익성이 증가하게 되는 ‘규모의 경제’를 보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요. 그것이 이제는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는 특히 물류를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두드러집니다. 순수 디지털 플랫폼과 달리, 실제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일어나는 플랫폼은 물리적 제약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비가 오는 날에는 통상 음식 배달 주문이 늘어나는데요. 상대적으로 운행하러 나오는 배달 라이더 공급은 부족하기 때문에 이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성숙기의 승자 조건: 효율에서 큐레이션으로
이유석 교수는 결론을 이렇게 맺었습니다. 성숙기에는 효율이 아니라 ‘차별화’가 경쟁 우위를 만든다고요. 그리고 그 차별화의 핵심은 ‘큐레이션’입니다. 정보의 양보다 질, 더 많은 상품보다 나에게 맞는 상품. 소비자가 원하는 건 이제 선택지가 아니라 답입니다. 수천 개의 검색 결과가 아니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한 가지. 그걸 골라주는 능력이 플랫폼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시대입니다.
그러자면 플랫폼은 단순한 중개자를 넘어 ‘취향과 맥락을 이해하는 편집자’가 되어야 합니다. 개인화된 추천 알고리즘, 데이터 기반의 머천다이징, 플랫폼이 직접 판단하고 제안하는 큐레이션. 이것이 성숙기 플랫폼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입니다.
큐레이션은 단순히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상품 선택이 아닙니다. 탐색비용을 낮추고 구매 전환율을 높이며,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쌓는 구조적 장치입니다. 그리고 이 큐레이션 능력은 규모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해당 카테고리에 대한 깊은 이해, 소비자와의 지속적인 관계, 그리고 플랫폼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결합될 때 비로소 작동합니다.
한 편에서 내수 성장이 막힌 플랫폼에게 남은 또 하나의 선택지는 해외 시장입니다. 이유석 교수와 함께 발제를 맡았던 장윤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서비스산업팀장은 현재 K커머스의 해외 진출 흐름을 짚었습니다. 종합몰보다는 CJ올리브영, 무신사, 컬리 등 버티컬 플랫폼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도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고요. 관심 지역은 물류 접근성이 높은 일본·동남아·중국과 최대 수요 시장인 북미가 중심입니다. 한류라는 문화적 자산이 K소비재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고, 역직구 니즈도 함께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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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글로벌 유통망 입점 수수료, 국제운송과 현지 풀필먼트·라스트마일 비용, 마케팅 비용, 그리고 미국의 소액면세 폐지 등 갖가지 규제 장벽이 겹치면서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적 딜레마가 많은 기업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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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토론 좌장을 맡은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 지점에서 “매출은 늘었지만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된 사례가 굉장히 많다”고 짚었습니다. 시장에 들어가는 것보다 버티는 것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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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이 현장을 만났을 때
그렇다면 이론의 변화를 현장에서 먼저 체감하고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이날 토론에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는 무신사와 컬리의 정책 담당 실무자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들은 학자의 언어로 정리된 ‘플랫폼의 역설’이 현장에서는 어떻게 체감되고 있는지 전했습니다.
무신사 서상범 대외협력실장은 이유석 교수의 ‘플랫폼의 통제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진단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서 실장은 “소비자들은 이제 플랫폼이 하는 ‘통신판매중개자이기 때문에 책임질 필요 없다’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플랫폼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중개자에 불과하다는 논리, 문제가 생기면 판매자에게 직접 연락하라는 안내를 소비자들이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소비자들은 입점 판매자가 아닌 플랫폼에서 상품을 구매한다고 생각하며, 그 책임도 플랫폼이 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관련하여 무신사가 작년 직접 나선 사건이 있습니다. 패딩 혼용률 논란이었습니다. 패딩 제품의 소재 표기가 실제와 다르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무신사는 ‘중개자’ 입장을 고수하는 대신 직접 리소스를 투입해 입점 브랜드 상품들을 조사하고 대응에 나섰습니다. 서 실장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이걸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겠다는 절박한 마음이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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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에서 김시광 컬리 대외정책실장은 해외 진출의 현실을 날 것으로 보여줬습니다. 컬리는 2025년 7월 글로벌몰을 열고 K푸드 역직구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미국의 소액면세 제도가 폐지됐습니다. 통관 절차가 복잡해졌고, 식품이다 보니 통관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폐기해야 하는 위험이 늘었습니다. 시작부터 역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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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컬리는 이번 시도에서 의미를 찾았습니다. 김 실장에 따르면 글로벌몰 시범 운영 기간 동안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0만 달러(약 4.4억 원)의 매출이 나왔습니다. 재구매율은 60%에 육박했습니다. 리뷰에는 ‘컬리가 직접 엄선한 상품이니 믿을 수 있다’는 말이 반복됐다는 전언입니다.
이날 토론이 흥미로웠던 건, 이론과 현장이 같은 결론을 향해 수렴했기 때문입니다. 학자는 데이터와 구조로, 기업은 현장의 실패와 선택으로 같은 말을 했습니다. 플랫폼이 더 많은 것을 책임질수록, 소비자의 선택을 더 깊이 이해할수록 살아남는다는 것. 규모 경쟁의 시대가 끝나고 신뢰와 큐레이션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것. 커넥터스는 그 흐름을 계속 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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