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5월 14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2.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자 매주 목요일 뉴스레터를 입력하까신 메일함으로 발송 드립니다.(무료)
3. 뉴스레터로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 구독 신청 링크를 눌러주세요!
위클리 커넥트 :
호실적 뒤에 숨은 이야기
얼마 전 컬리 배송 현장에 차량을 공급하는 일을 하는 한 운송사 관계자가 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긴급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렇게 사무실 근처에서 만난 그가 꺼낸 말은 이랬습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해 컬리 물량이 정말 많이 늘어났습니다. 많게는 30~40%까지 튀어 오른 곳도 있어요. 아마 올해까지 컬리 실적은 정말 좋을 거예요. 매출은 오르고 영업이익은 개선될 거예요. 근데 말이죠. 지금 밑바닥 현장에서는 이 숫자가 흔들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너무 답답한 마음에 여기 왔습니다”
- 컬리 라스트마일 물류 파트너사 관계자 A씨
그때는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 공시한 컬리의 실적을 보니 그와 나눈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어요. 컬리는 26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8.4% 늘어난 74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77% 늘어난 24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과 수익성 모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고, 컬리는 이를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이라 자평했습니다.
컬리 2026년 1분기 실적 요약 ⓒ컬리몇 주 전까지만 해도 예언처럼 들렸던 그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실적은 그의 말대로 좋았어요. 그렇다면 그가 꺼냈던 ‘밑바닥 현장’ 이야기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실적 발표 직후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금 터지기 직전까지 부풀어 올라왔습니다. 컬리 넥스트마일과 계약한 위탁 운영사들이 전체적으로 컬리 본사에 협의 요청을 해놓은 것으로 압니다. 대부분 중견 이상의 규모를 가진 위탁 운영사들은 좀처럼 이렇게 움직이지 않는데, 이들조차 손을 들었다는 거예요”
- 컬리 라스트마일 물류 파트너사 관계자 A씨
도대체 지금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컬리 새벽 배송 뒤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구조가 있습니다. 컬리와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 위탁 운영사와 운송사, 그리고 실제 고객 문 앞까지 배송을 담당하는 기사들. 이 보이지 않는 다단계 구조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창사 10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증명한 컬리의 4가지 비결, 커넥터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컬리 새벽배송, 그 뒤에 있는 구조
컬리 앱에서 오후 11시 전에 주문을 넣으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물건이 도착합니다. 그 배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일반 소비자라면 막연하게 컬리가 고용한 기사가 문 앞까지 배송해주겠거니 생각하겠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컬리는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지 않습니다.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이 위탁 운영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사는 다시 운송사와 계약을 맺어요. 운송사는 배송기사들을 모집해 실제 가정집 배송을 수행합니다. 안정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기사들과는 고정 물량을 제공하는 형태로 지입계약을 맺고, 산발적으로 튀어오르는 물량에는 ‘용차’를 수배해 대응하기도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왜 화물차도 없이 운송업을 하는 ‘주선사’가 생긴 걸까, 커넥터스]
이 구조에서 위탁 운영사는 지역별 배송센터를 맡아 여러 운송사들과 협력합니다. 배송센터는 쿠팡의 ‘캠프’처럼, 컬리 풀필먼트센터에서 넘어온 물건을 받아 권역별로 분류하고 배송기사들을 출발시키는 거점이에요. 유진소닉, 동방, 운창로직스 같은 중견 물류기업들이 이 역할을 맡고 있고, 운영사 아래에서 실제 차량을 대고 기사를 관리하는 게 운송사입니다.
컬리 넥스트마일이나 위탁 운영사가 직접 모든 것을 관리하면 되지, 왜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다단계 구조가 생겼는지 의문일 수 있어요. 하루에도 수십에서 100대 가까운 차량들이 권역별로 움직이는데, 물량에 맞춰 이들을 구인하고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사가 성실하게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변수에도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니까요.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조라는 겁니다.
컬리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컬리와 위탁 운영사의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됩니다. 지방권은 매년 1월, 수도권은 4월이에요. 이 시기에 맞춰 위탁 운영사도 운송사와, 운송사도 다시 배송기사와 1년 단위로 지입계약을 체결하죠.
물량은 늘었는데, 단가는 낮아졌다
올해 초부터 이 계약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컬리 물동량이 빠르게 늘었어요. 컬리N마트 론칭과 네이버 협력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전년 대비 30~40%까지 주문량이 증가했다는 전언입니다.
그런데 컬리가 올해 계약 갱신에서 운영사에 제시한 단가는 오히려 낮아졌어요. 물동량이 늘었으니 건당 운송료를 낮춰도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인하 폭은 약 10%. 지방권은 1월, 수도권은 4월 계약 갱신에 반영됐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사태발 반사이익이 컬리 물류 현장에 가한 역설, 커넥터스]
운영사들은 이 단가 구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규모 물량을 쥔 플랫폼 화주사 앞에서 물류회사의 협상력은 크지 않으니까요. 낮아진 단가는 그대로 운송사에 전가됐고, 운송사가 고정기사를 모집하는 지급 단가에도 반영됐습니다.
용차 요금이 뛰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시점에 현장에서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거예요. 컬리는 풀콜드체인을 고수합니다. 냉장·냉동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저온 환경에서 배송한다는 원칙이에요. 그래서 컬리 라스트마일에 투입되는 차량은 반드시 저온 탑차여야 합니다. 쿠팡처럼 상온차로 배송할 수 없어요.
저온차 수요는 컬리 물량 급증과 함께 올라갔지만, 쿠팡 물량을 수행하던 상온차로는 이 공백을 메울 수 없었습니다. 저온 탑차는 단열재 두께부터 냉동기 설치까지 차량 구조 자체가 달라 단기에 공급을 늘리기도 어렵고요. 수요는 오르고 공급은 제한된 상황, 용차 수배 비용이 뛸 수밖에 없었어요. 보통 하루 기준 20~30만 원 하던 컬리 용차 비용이 40~50만 원까지 올랐다는 게 현장의 전언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겉은 상온, 속은 냉장? 컬리 물량 잡으려 ‘개조’ 택배차 증가, 커넥터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더해졌습니다. 용차 오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콜을 받듯 수배할 수 있는 앱과 단톡방이 확산되면서 기사들 사이에서 정보 공유가 빨라졌어요. 고정 계약으로 월 600만 원을 받느니, 용차로 골라 일하면서 900만~1,000만 원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기사들이 늘어난 겁니다.
고정 기사들이 떠났다
운송사들이 운영사의 계약 단가 인하에 맞춰 고정기사 지급 단가를 낮추자, 1년 계약이 끝난 기사들은 재계약 대신 용차를 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용차를 하면 고정보다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었고, 심지어 컬리 용차 수요는 고정 물량만큼 매일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었거든요. 돈은 더 많이 받고 안정성까지 높아진 마당에 지입계약에 묶일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고정 기사가 빠진 자리는 다시 용차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컬리 물류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 배송센터 중 일부는 전체 투입 차량의 40~50%가 용차로 채워지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운송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컬리에서 받는 단가는 낮아졌는데 실제로 지출하는 용차 비용은 올라갔으니까요. 현장에 따라 배송센터 한 곳에서 한 달에 1억 원 가까운 손실이 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올해 3월에는 누적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운송사 한 곳이 월급날 잠적하는 일까지 있었어요. 그날 수십 대의 배송차량이 출발하지 못했고, 컬리는 급하게 용차를 수배해 하루치 배송을 메웠습니다.
운영사가 버티고 있다
지금 당장 배송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 건 운영사들이 운송사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진소닉, 동방 같은 중견 운영사들이 컬리와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에서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나 이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컬리 물류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위탁 운영사들은 전체적으로 컬리 본사에 협의 요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요구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낮아진 운송 단가를 되돌려달라는 것, 그리고 그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우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
커넥터스 백브리핑 :
호실적의 이면, 앞으로 일어날 일
처음으로 돌아가서, 컬리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배 뛰었다는 숫자,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컬리 협력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컬리에서는 운영사, 운송사가 마이너스가 나건 플러스가 나건 그냥 정해진 단가만 지급합니다. 운송사가 용차비로 한 달에 몇 천씩 손실을 봐도 컬리나 넥스트마일 재무제표에는 반영이 안 돼요. 다 운영사, 운송사 쪽 손실로 잡히는 거거든요”
바꿔 말하면 이런 구조입니다. 컬리는 고정 단가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용차 비용이 아무리 올라도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요. 물량이 늘면 늘수록 매출은 올라가고, 건당 운송료는 오히려 낮아졌으니 영업이익은 개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방권 운송료 인하는 1월부터, 수도권은 4월부터 반영됐으니 2분기 실적은 더 좋아질 여지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현장의 손실 위에 쌓여 있다는 겁니다. 운영사든 운송사든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결과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컬리가 운송 단가를 일부 정상화해주는 방향, 혹은 운영사들이 손을 드는 방향입니다.
후자가 현실화된다면 컬리 배송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어요.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충청권역 배송센터에서 계약 갱신 과정의 혼선으로 그날 배송이 오전이 아닌 오후까지 지연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3월에는 운송사 잠적으로 수십 대 차량이 하루 배송을 멈춘 일도 있었고요. 이미 한 번씩 현실화된 일들입니다.
단가를 정상화하는 방향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 번 내린 배송 비용을 다시 올리는 건 컬리 입장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에요. 수익성 개선 흐름이 꺾이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앞으로 터져 나갈 배송단의 문제에 대한 대응과 긴급 용차 수배에 따라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지만, IPO 로드맵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시점에 어느 쪽도 반기기 어려운 선택지예요.
컬리가 알고 있을까요. 컬리 협력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컬리나 넥스트마일이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닐 거예요. 근데 지금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임원이나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무시하고 갈 수도 있는 거죠”
현장의 목소리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희석되거나 끊기는 일은 어느 조직에서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커넥터스를 그룹 구독하고 있는 컬리 구독자 여러분이 있다는 것, 알고 있으니까요. 일부러 무료로 공개되는 커넥트레터로 쓴 것은 더 많은 분들이 봐줬으면 해서입니다.
이 콘텐츠에 나온 파트너사의 우려가 기우에 그친다면, 컬리가 충분히 잘 대응한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될 만큼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커넥터스는 앞으로 진행될 협의 결과를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커넥터스 프리미엄 콘텐츠 TOP5
1. [비즈니스] 한진이 물류센터 안에 ‘라이브 커머스 스튜디오’를 차리는 이유는 뭘까?
2. [파트너십] 아마존 보내고 징둥 손잡은 11번가, 관건은 징둥 인천·이천 물류센터?
3. [콘텐츠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패러다임 변화: ‘폐쇄형’과 ‘양극화’가 바꾸는 KPI 지형
4. [실적 분석] 카카오의 에이전틱 커머스, ‘검색 없이 사는’ 시대 올까
5. [이슈] 겉은 상온, 속은 냉장? 컬리 물량 잡으려 ‘개조’ 택배차 증가
곧 열리는 커넥터스 커뮤니티
- 곧 새로운 모임 공지가 오픈될 예정입니다
[NOTICE]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입점 비즈니스 채널 구독자수 1위. 9000명 이상의 실무자, 대표자가 선택한 유통물류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에서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양한 업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나세요! (콘텐츠 제휴 및 광고 문의 : connect@uconnectus.co.kr)
[커넥트레터 무료 구독] [커넥터스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
1. 이 글은 커넥터스가 만드는 큐레이션 뉴스레터 '커넥트레터'의 5월 14일 목요일 발송분입니다.
2.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자 매주 목요일 뉴스레터를 입력하까신 메일함으로 발송 드립니다.(무료)
3. 뉴스레터로 받아보고 싶다면 아래 구독 신청 링크를 눌러주세요!
커넥트레터 구독하기(무료)
카카오톡으로 소식 받기(무료)
위클리 커넥트 :
호실적 뒤에 숨은 이야기
얼마 전 컬리 배송 현장에 차량을 공급하는 일을 하는 한 운송사 관계자가 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긴급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렇게 사무실 근처에서 만난 그가 꺼낸 말은 이랬습니다.
그때는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일 공시한 컬리의 실적을 보니 그와 나눈 이야기가 다시 생각났어요. 컬리는 26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28.4% 늘어난 745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77% 늘어난 242억원을 달성했습니다. 매출과 수익성 모두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고, 컬리는 이를 ‘창사 이래 분기 최대 실적’이라 자평했습니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예언처럼 들렸던 그의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습니다. 실적은 그의 말대로 좋았어요. 그렇다면 그가 꺼냈던 ‘밑바닥 현장’ 이야기도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실적 발표 직후 그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도대체 지금 현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컬리 새벽 배송 뒤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구조가 있습니다. 컬리와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 위탁 운영사와 운송사, 그리고 실제 고객 문 앞까지 배송을 담당하는 기사들. 이 보이지 않는 다단계 구조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지금부터 알아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창사 10년 만에 ‘영업이익’ 흑자 증명한 컬리의 4가지 비결, 커넥터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컬리 새벽배송, 그 뒤에 있는 구조
컬리 앱에서 오후 11시 전에 주문을 넣으면 다음 날 새벽 문 앞에 물건이 도착합니다. 그 배송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일반 소비자라면 막연하게 컬리가 고용한 기사가 문 앞까지 배송해주겠거니 생각하겠죠.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컬리는 직접 고객에게 배송하지 않습니다. 물류 자회사 넥스트마일이 위탁 운영사와 계약을 맺고, 운영사는 다시 운송사와 계약을 맺어요. 운송사는 배송기사들을 모집해 실제 가정집 배송을 수행합니다. 안정적으로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기사들과는 고정 물량을 제공하는 형태로 지입계약을 맺고, 산발적으로 튀어오르는 물량에는 ‘용차’를 수배해 대응하기도 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왜 화물차도 없이 운송업을 하는 ‘주선사’가 생긴 걸까, 커넥터스]
이 구조에서 위탁 운영사는 지역별 배송센터를 맡아 여러 운송사들과 협력합니다. 배송센터는 쿠팡의 ‘캠프’처럼, 컬리 풀필먼트센터에서 넘어온 물건을 받아 권역별로 분류하고 배송기사들을 출발시키는 거점이에요. 유진소닉, 동방, 운창로직스 같은 중견 물류기업들이 이 역할을 맡고 있고, 운영사 아래에서 실제 차량을 대고 기사를 관리하는 게 운송사입니다.
컬리 넥스트마일이나 위탁 운영사가 직접 모든 것을 관리하면 되지, 왜 하청에 재하청을 주는 다단계 구조가 생겼는지 의문일 수 있어요. 하루에도 수십에서 100대 가까운 차량들이 권역별로 움직이는데, 물량에 맞춰 이들을 구인하고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사가 성실하게 시간에 맞춰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변수에도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니까요.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구조라는 겁니다.
컬리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컬리와 위탁 운영사의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됩니다. 지방권은 매년 1월, 수도권은 4월이에요. 이 시기에 맞춰 위탁 운영사도 운송사와, 운송사도 다시 배송기사와 1년 단위로 지입계약을 체결하죠.
물량은 늘었는데, 단가는 낮아졌다
올해 초부터 이 계약 구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컬리 물동량이 빠르게 늘었어요. 컬리N마트 론칭과 네이버 협력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전년 대비 30~40%까지 주문량이 증가했다는 전언입니다.
그런데 컬리가 올해 계약 갱신에서 운영사에 제시한 단가는 오히려 낮아졌어요. 물동량이 늘었으니 건당 운송료를 낮춰도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인하 폭은 약 10%. 지방권은 1월, 수도권은 4월 계약 갱신에 반영됐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 사태발 반사이익이 컬리 물류 현장에 가한 역설, 커넥터스]
운영사들은 이 단가 구조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규모 물량을 쥔 플랫폼 화주사 앞에서 물류회사의 협상력은 크지 않으니까요. 낮아진 단가는 그대로 운송사에 전가됐고, 운송사가 고정기사를 모집하는 지급 단가에도 반영됐습니다.
용차 요금이 뛰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 시점에 현장에서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거예요. 컬리는 풀콜드체인을 고수합니다. 냉장·냉동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저온 환경에서 배송한다는 원칙이에요. 그래서 컬리 라스트마일에 투입되는 차량은 반드시 저온 탑차여야 합니다. 쿠팡처럼 상온차로 배송할 수 없어요.
저온차 수요는 컬리 물량 급증과 함께 올라갔지만, 쿠팡 물량을 수행하던 상온차로는 이 공백을 메울 수 없었습니다. 저온 탑차는 단열재 두께부터 냉동기 설치까지 차량 구조 자체가 달라 단기에 공급을 늘리기도 어렵고요. 수요는 오르고 공급은 제한된 상황, 용차 수배 비용이 뛸 수밖에 없었어요. 보통 하루 기준 20~30만 원 하던 컬리 용차 비용이 40~50만 원까지 올랐다는 게 현장의 전언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겉은 상온, 속은 냉장? 컬리 물량 잡으려 ‘개조’ 택배차 증가, 커넥터스]
여기에 또 다른 변수가 더해졌습니다. 용차 오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콜을 받듯 수배할 수 있는 앱과 단톡방이 확산되면서 기사들 사이에서 정보 공유가 빨라졌어요. 고정 계약으로 월 600만 원을 받느니, 용차로 골라 일하면서 900만~1,000만 원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기사들이 늘어난 겁니다.
고정 기사들이 떠났다
운송사들이 운영사의 계약 단가 인하에 맞춰 고정기사 지급 단가를 낮추자, 1년 계약이 끝난 기사들은 재계약 대신 용차를 택하기 시작했습니다. 용차를 하면 고정보다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었고, 심지어 컬리 용차 수요는 고정 물량만큼 매일 안정적으로 발생하고 있었거든요. 돈은 더 많이 받고 안정성까지 높아진 마당에 지입계약에 묶일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고정 기사가 빠진 자리는 다시 용차로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컬리 물류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수도권 배송센터 중 일부는 전체 투입 차량의 40~50%가 용차로 채워지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운송사 입장에서는 역마진이 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컬리에서 받는 단가는 낮아졌는데 실제로 지출하는 용차 비용은 올라갔으니까요. 현장에 따라 배송센터 한 곳에서 한 달에 1억 원 가까운 손실이 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올해 3월에는 누적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운송사 한 곳이 월급날 잠적하는 일까지 있었어요. 그날 수십 대의 배송차량이 출발하지 못했고, 컬리는 급하게 용차를 수배해 하루치 배송을 메웠습니다.
운영사가 버티고 있다
지금 당장 배송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 건 운영사들이 운송사 손실을 일부 보전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진소닉, 동방 같은 중견 운영사들이 컬리와의 계약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에서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나 이 구조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컬리 물류 협력사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위탁 운영사들은 전체적으로 컬리 본사에 협의 요청을 해놓은 상태입니다. 요구는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낮아진 운송 단가를 되돌려달라는 것, 그리고 그마저도 감당하기 어려우면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
커넥터스 백브리핑 :
호실적의 이면, 앞으로 일어날 일
처음으로 돌아가서, 컬리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배 뛰었다는 숫자,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컬리 협력사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컬리에서는 운영사, 운송사가 마이너스가 나건 플러스가 나건 그냥 정해진 단가만 지급합니다. 운송사가 용차비로 한 달에 몇 천씩 손실을 봐도 컬리나 넥스트마일 재무제표에는 반영이 안 돼요. 다 운영사, 운송사 쪽 손실로 잡히는 거거든요”
바꿔 말하면 이런 구조입니다. 컬리는 고정 단가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용차 비용이 아무리 올라도 추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요. 물량이 늘면 늘수록 매출은 올라가고, 건당 운송료는 오히려 낮아졌으니 영업이익은 개선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지방권 운송료 인하는 1월부터, 수도권은 4월부터 반영됐으니 2분기 실적은 더 좋아질 여지도 있습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현장의 손실 위에 쌓여 있다는 겁니다. 운영사든 운송사든 언제까지 버틸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결과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컬리가 운송 단가를 일부 정상화해주는 방향, 혹은 운영사들이 손을 드는 방향입니다.
후자가 현실화된다면 컬리 배송 품질에 직접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어요.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1월에는 충청권역 배송센터에서 계약 갱신 과정의 혼선으로 그날 배송이 오전이 아닌 오후까지 지연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3월에는 운송사 잠적으로 수십 대 차량이 하루 배송을 멈춘 일도 있었고요. 이미 한 번씩 현실화된 일들입니다.
단가를 정상화하는 방향도 쉽지만은 않습니다. 한 번 내린 배송 비용을 다시 올리는 건 컬리 입장에서 선택하기 어려운 옵션이에요. 수익성 개선 흐름이 꺾이니까요.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앞으로 터져 나갈 배송단의 문제에 대한 대응과 긴급 용차 수배에 따라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지만, IPO 로드맵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힌 시점에 어느 쪽도 반기기 어려운 선택지예요.
컬리가 알고 있을까요. 컬리 협력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컬리나 넥스트마일이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건 아닐 거예요. 근데 지금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임원이나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무시하고 갈 수도 있는 거죠”
현장의 목소리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희석되거나 끊기는 일은 어느 조직에서나 있습니다. 그래서 이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커넥터스를 그룹 구독하고 있는 컬리 구독자 여러분이 있다는 것, 알고 있으니까요. 일부러 무료로 공개되는 커넥트레터로 쓴 것은 더 많은 분들이 봐줬으면 해서입니다.
이 콘텐츠에 나온 파트너사의 우려가 기우에 그친다면, 컬리가 충분히 잘 대응한다면 그걸로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이 될 만큼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커넥터스는 앞으로 진행될 협의 결과를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커넥터스 프리미엄 콘텐츠 TOP5
1. [비즈니스] 한진이 물류센터 안에 ‘라이브 커머스 스튜디오’를 차리는 이유는 뭘까?
2. [파트너십] 아마존 보내고 징둥 손잡은 11번가, 관건은 징둥 인천·이천 물류센터?
3. [콘텐츠 커머스] 라이브 커머스 패러다임 변화: ‘폐쇄형’과 ‘양극화’가 바꾸는 KPI 지형
4. [실적 분석] 카카오의 에이전틱 커머스, ‘검색 없이 사는’ 시대 올까
5. [이슈] 겉은 상온, 속은 냉장? 컬리 물량 잡으려 ‘개조’ 택배차 증가
곧 열리는 커넥터스 커뮤니티
- 곧 새로운 모임 공지가 오픈될 예정입니다
[NOTICE] 네이버 프리미엄콘텐츠 입점 비즈니스 채널 구독자수 1위. 9000명 이상의 실무자, 대표자가 선택한 유통물류 콘텐츠 멤버십 커넥터스에서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다양한 업계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만나세요! (콘텐츠 제휴 및 광고 문의 : connect@uconnectus.co.kr)
[커넥트레터 무료 구독] [커넥터스 프리미엄 콘텐츠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