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AI가 무역의 모든 걸 대신한다? 현장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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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커넥트 : 

국민 기프티콘의 추락

오늘 오랜만에 기자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요즘은 기자간담회 취재를 주로 승윤님이 맡는데, 오늘은 경기도에 있는 한 물류센터 오픈 행사와 일정이 겹쳐서 저에게 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자리가 새삼 반가웠죠. 


간담회가 끝나고 커피 기프티콘을 하나 선물 받았는데요. 투썸플레이스였습니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며 숱한 커피 기프티콘을 받았지만, 투썸플레이스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아요. 대체로 스타벅스였거든요. 


문득 요즘 스타벅스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스타벅스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텀블러 마케팅으로 논란이 됐습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불매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카카오톡 선물하기 교환권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스타벅스 상품권이 10위 밖으로 밀려났고, 신세계그룹 측은 “현재 상당한 매출 감소가 있다”고 직접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시대 감수성이 결여된 마케팅이 불러온 역풍은 엄청났습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이번 이벤트 마케팅에 관여한 직원들은 마케팅 문구를 “AI에 물어봤고”, “(5.18은) 생각조차 못했고, 이슈화 이후 다시 보니 그제야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인지했다”며 고의성 여부를 부인했다고 합니다. 실수라 하더라도 스타벅스, 더 나아가 신세계그룹 전체가 치른 이미지 손실은 이미 거대해 보입니다. 


오늘 간담회 주제는 공교롭게도 AI 에이전트가 B2B 무역을 바꾼다는 내용이었는데요. AI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은 마케팅이 이런 참사를 일으키는 걸 보면서, 인간 시대의 끝이 오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괜히 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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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AI가 바꾸는 B2B 무역어디까지 왔나

오늘(28일) 오전, 알리바바닷컴의 기자간담회에 다녀왔습니다. 발표 주제는 ‘액시오워크(Accio Work)’였습니다. 알리바바 측은 액시오워크를 중소기업을 위한 ‘에이전틱 AI 비즈니스 팀’이라고 소개했는데요. 시장 조사, 상품 기획, 소싱, 가격 협상, 상품 등록, 글로벌 마케팅까지. B2B 무역의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가 대신 수행 해준다는 겁니다. 단순히 질문에 답변하는 것을 넘어서, ‘자율적인 실행’까지 한다는 것이 알리바바의 핵심 강조사항입니다.


사실 알리바바닷컴이 AI를 B2B 무역에 본격적으로 접목하기 시작한 건 2024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출시한 ‘액시오(Accio)’는 AI 기반으로 B2B 소싱을 돕는 엔진이었습니다. 텍스트로 원하는 상품을 설명하면 AI가 알리바바닷컴 데이터베이스에서 최적의 공급업체(셀러)를 찾아주는 구조였죠.


알리바바닷컴은 올해 3월, 이 액시오를 실제 무역 업무 전체를 지원하는 ‘액시오워크’로 확장해 글로벌 출시했습니다. 알리바바닷컴 플랫폼 내 상품 리스팅 자동화, 바이어 문의 응대, SNS 마케팅 콘텐츠 자동 생성 및 업로드, 시장 변화 실시간 모니터링, 100개 이상 시장의 VAT 신고 처리, 공급업체 협상까지. 이 AI 에이전트는 그야말로 무역 업무 전체 영역을 커버한다고 합니다.

oMXP8n58elss9EP6oyZAPSfbHEY액시오워크 구동 화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LLM의 채팅형 인터페이스가 눈에 띈다. ⓒ커넥터스

현장에서는 액시오워크의 데모를 시연했는데요. 챗GPT나 제미나이처럼 자연어로 AI에게 필요한 것을 요청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챗GPT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알리바바닷컴은 전 세계 200개 국가 및 지역에서 5천만 명 이상의 B2B 바이어와 20만 명 이상의 글로벌 셀러를 연결하는 B2B 디지털 무역 플랫폼입니다. 실제 거래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증서와 재주문율, 거래 이력까지 딸린 업체 리스트를 뽑아줄 수 있습니다. AI 환각으로 존재하지 않는 업체를 추천받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거죠.

[함께 보면 좋아요! : 국내 셀러가 바라본 알리바바닷컴 한국 파빌리온의 장단점그리고 속내커넥터스]


마르코 양(Marco Yang) 알리바바닷컴 코리아 지사장은 실제 한국 셀러의 사용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알리바바닷컴에서 건강식품을 판매하는 한 셀러인데요. 이 셀러는 제품 리스팅과 바이어 문의 응대를 AI에 맡기고, 실제 거래 가능성이 있는 바이어와의 협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는 동안, 사람은 더 가치 있는 일에 시간을 쏟는 구조입니다.


션 양(Shawn Yang) 알리바바닷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본부장은 이 흐름을 세 단계로 정리했습니다. 알리바바닷컴이 탄생한 1999년부터 2020년까지는 전 세계 B2B 바이어와 셀러를 디지털 환경에서 연결해주는 시대. 2020년부터 2026년까지는 AI 기반 소싱과 디지털 결제, 물류 솔루션으로 편의가 강화된 시대. 그리고 2026년부터는 AI 에이전트가 소싱과 협상, 주문, 물류를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A2A(Agent to Agent)’ 시대가 열린다는 겁니다.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소싱과 운영을 완전히 자율적으로 수행하게 되며, 기존의 사람 대 사람의 거래에서 에이전트 대 에이전트의 거래로 진화할 것입니다. 액시오워크는 이런 시대를 맞이하여 준비한 제품입니다”
- 션 양 알리바바닷컴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 본부장

그런데 말이죠. 정말로 사람의 역할이 사라지는 미래가 올까요. AI가 모든 걸 대체한다면, 알리바바 생태계 안의 바이어와 셀러 역량도 결국 평준화되고 연결을 주도하는 알리바바닷컴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이들만 살아남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닐까요.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지는 세상. 어떻게 보면 꽤 불편한 질문입니다. 커넥터스가 직접 알리바바닷컴 경영진에게 이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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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스 백브리핑 :  

A2A 시대가 온다는데왜 아직 사람이 필요한가

결과부터 말하면 알리바바닷컴이 그리는 A2A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발표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자리에서, 오히려 여전히 사람이 할 일이 많다는 현실이 드러났거든요. 그리고 이건 알리바바닷컴 경영진 스스로가 인정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9WqBi96zAfjJaQwTaIt7qu0EyqM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알리바바닷컴 경영진들. 좌측부터 마르코 양, 션 양, 제임스 장 ⓒ커넥터스

첫 번째 질문. 여전히 AI의 환각 문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AI 에이전트가 잘못된 판단을 내려 거래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누가 지는가.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상품을 소싱하고 관련 서류 작업까지 대신해준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 판단이 틀렸을 때의 책임 구조가 불분명하다는 의문이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제임스 장(James Zhang) 알리바바닷컴 아시아태평양 지역 바이어 성장 부문 총괄은 두 가지 답변을 내놨습니다. 하나는 “액시오워크가 1999년부터 이어져온 알리바바닷컴의 거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일반 LLM보다 환각 가능성이 낮다”는 것. 다른 하나는 “핵심 결정에 대해서는 에이전트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고, 반드시 사람의 최종 승인을 거치도록 허들을 설정해뒀다”는 것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눈치 챘겠지만, 이 답변 자체가 역설적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무역 업무를 처리한다고 했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에는 여전히 사람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완전한 자율이 아니라는 얘기죠.


이 지점을 더 깊게 파고든 질문도 현장에서 나왔습니다. 사용자가 AI 답변을 신뢰하고 수락했는데 문제가 발생하면 그건 사용자 책임인지, 플랫폼 차원의 보상 규정은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죠. 사실상 책임 소재를 직접 묻는 질문이었는데, 알리바바닷컴 경영진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프로세스 히스토리 기록과 실시간 중단 기능을 강조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그렇다면 AI 에이전트가 셀러들의 운영 역량을 상향 평준화시킨다면, 그 와중에 차별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션 양 본부장은 “스킬(기초 역량)은 AI가 대체하지만, 안목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 답했습니다. 에이전틱 시대로 전환될수록 좋은 제품을 발굴하는 안목과 인간의 창의성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것이고요. 리스팅, 키워드 최적화, 바이어 문의 응대처럼 시간을 잡아먹던 반복 업무가 AI로 평준화되는 순간, 경쟁의 축이 제품을 보는 눈과 브랜드 전략을 짜는 감각으로 이동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사실 이것도 여전히 사람이 할 일이 많다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에이전틱 AI가 사람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반복 업무 해결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니까요.


흥미롭게도 알리바바닷컴이 직접 소개한 한국 건강식품 셀러 사례에서도 이 역설은 발견됩니다. 이 셀러는 단순한 문의 응대는 AI에 맡겼지만, 실제 매출과 연결될 수 있는 핵심 바이어와는 직접 관계를 만들었으니까요. 알리바바닷컴이 AI 도입의 성공 사례로 꺼낸 이야기인데, 오히려 AI가 아직 못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현장에서는 이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질문도 나왔습니다. “결국 지금 대체하지 못했다고 하는 창의성과 심미적 판단도, 알리바바닷컴이 그리는 A2A 시대가 온다면 AI가 담당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션 양 본부장은 산업혁명을 비유로 들어 답했습니다. “100년 전 증기기관이 탄생했을 때도 사람들은 인간의 역할이 사라질 것을 걱정했지만, 인간은 그 과정에서 더 많은 것을 혁신하고 창조해왔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이건 회사 입장이 아니라 개인적인 견해”라고요.


알리바바닷컴 아시아태평양 총괄 본부장이 자사 제품의 미래 비전에 대해 ‘개인 견해’라는 단서를 단 장면. 이게 오히려 A2A 비전의 현재 위치를 가장 솔직하게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지금 단계의 액시오워크가 실제로 잘 하는 것은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의 자동화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본 데모 역시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채팅형 인터페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요. 창의적 판단과 관계 역량이 필요한 영역에서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도, 책임 구조가 완전히 정립되는 것도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 변화를 가볍게 볼 수는 없습니다. 하루에 수십 건씩 들어오는 바이어 문의를 AI가 처리해주는 것만으로도 실무자 한 명의 시간이 통째로 해방됩니다. 스킬이 평준화될수록 창의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알리바바닷컴 경영진의 논리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 창의를 어디서 어떻게 키울 것인지는 알리바바닷컴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답해야 할 질문입니다. A2A 시대가 완성되기 전에, 지금 당장 반복 업무를 AI에 넘기고 확보한 시간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이게 2026년 한국 셀러와 수출상들에게 남은 가장 현실적인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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