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파고스에서 온 셀러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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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커넥트 : 

갈라파고스에서 온 셀러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에콰도르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한국을 방문한 셀러 이야기였는데요. 갈라파고스라고 하면 독자 여러분은 진화론의 기원, 혹은 갈라파고스화라는 단어의 근원처럼 오랫동안 고립돼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든 자연을 떠올리실 텐데요. 이 셀러가 거기서 발견한 것은 ‘사업 기회’였습니다. 


갈라파고스는 적도 바로 아래에 있습니다. 자외선 지수가 상시 11 이상을 기록하는 곳입니다. 이 섬에는 생태 관광지로서의 명성 때문인지 매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데요. 그중에는 북미, 유럽의 백인들도 상당하다죠. 문제는 이들의 피부가 갈라파고스의 햇살에 몹시 취약하다는 겁니다. 예기치 못한 환경에 자외선 차단제를 현지에서 급하게 구하려는 수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이 셀러가 한국에 온 표면적인 이유는 박람회 참가였고, 좀 더 구체적으로 K-뷰티 제조 인프라를 빌리는 것이었습니다. 갈라파고스라는 청정 이미지를 브랜드에 입히고, 현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팔겠다는 구상입니다. 제조는 한국에서, 브랜딩은 갈라파고스로. 수요와 아이디어는 찾았으니, 현실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거죠. 


저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이런 셀러가 전 세계 어딘가 또 있지는 않을까. 그들이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한국의 제조·유통망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완제품을 갈라파고스까지 운송하는 일까지 연결하는 통합 서비스가 있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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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정부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지만요

이 질문을 갈라파고스 셀러 소식을 전해준 커머스 업계 지인에게 해봤습니다. “이미 있지 않냐?”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판판대로’나 산업통상부(이하 산업부)와 KOTRA가 진행 중인 유통기업 해외진출 지원사업이 바로 그거라고 했습니다. 전자는 중소 브랜드 기업의 판로를 지원하는 사업이고, 후자는 해외 유통망을 갖춘 한국 유통기업과 중소 셀러를 동반 진출시켜 마케팅부터 물류까지 통째로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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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스에서도 한 번 다룬 적 있는 후자의 사업, 이 사업이 특이한 건 지원 대상이 중소 셀러가 아니라 유통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그 배경에는 현재 한국 소비재 온라인 수출이 아마존, 알리바바, 쇼피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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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산업부와 KOTRA가 공동으로 만든 이번 사업의 보도자료에는 이런 문장이 들어가 있습니다. “현재 K-소비재 기업의 온라인 수출은 대부분 아마존, C-커머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해외 플랫폼은 입점 수수료, 가격 협상력, 고객 데이터 확보 면에서 우리 기업에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으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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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의 비판이 아닙니다. 사업을 만든 당사자가 직접 쓴 문장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의 목표가 이렇게 정해졌습니다. “국내 유통망 및 역직구 플랫폼이 아마존처럼 글로벌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 방향을 뒷받침하는 분위기는 이미 만들어졌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K팝, K드라마, K뷰티, K푸드를 묶어 문화수출 5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K-소비재 수출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수출 7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KOTR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한국 소비재 수출액은 464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이 흐름을 놓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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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는 고려되고 있나요? 


다만 이런 사업들에는 아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수출 상품의 수요자보다는 ‘공급자’ 관점에서 설계된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소비재가 많이 팔리면 좋고, 이를 위해서 우리 플랫폼과 유통기업이 함께 성장하면 좋다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물건을 사줄 글로벌 현지 소비자에 대한 고려는 여기 빠져 있습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지원을 받는 유통기업의 몫으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쿠팡이 미국 자본이라는 이유로 한국 소비자들이 이용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글로벌 소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고 상품이 다양하며 편의성까지 갖춘 플랫폼이라면, 국산이든 외국산이든 가리지 않고 씁니다.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시장을 중국 자본의 쇼피와 틱톡샵이 장악한 이유, 유럽과 일본 시장에서 아마존이 압도적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소비자는 플랫폼의 국적을 보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필요를 가장 잘 채워주는 곳을 선택합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플랫폼을 어떻게 글로벌에 내보내고 성장시킬 것인가가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가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서 수출 지원 사업의 고민이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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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터스 백브리핑 :  

다시 갈라파고스로

다시 갈라파고스 셀러 이야기로 돌아와 봅니다. 글로벌 소비자의 수요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마 현지에 있을 겁니다. 갈라파고스를 찾는 관광객의 니즈를 직접 눈으로 보고, 한국까지 건너온 그 셀러처럼요.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 유통기업이 글로벌 소비자를 직접 겨냥하는 B2C 역직구몰을 운영하는 것보다, 이런 현지 사업자를 겨냥하는 B2B 글로벌 도매몰을 운영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알리바바그룹의 출발점이 B2C 쇼핑몰이 아니라 중소 공급자와 글로벌 바이어를 연결하는 B2B 도매몰이었던 것처럼요.


물론 한국 상품이라고 아무거나 다 파는 B2B 도매몰을 만든다면, 이것 역시 수요를 제대로 고려한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보다 가격이 우선 고려 가치가 되는 일상 소비재 소싱 시장에서 한국이 중국을 이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선택받는 상품은 무엇일까요. 굳이 K-뷰티 제조 인프라를 찾아 한국까지 날아온 갈라파고스 셀러가 그 힌트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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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역직구 시장에서 잘 되는 카테고리는 뷰티, 엔터테인먼트 굿즈, 패션에 집중돼 있고, 그중에서도 화장품이 압도적입니다. K-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주목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K가 붙은 모든 상품이 잘 팔릴 것이라고 여기면 곤란합니다. 수요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합니다.

wfh1j36v2hkQO8xE9TQCOz1xFOQ2026년 1분기 해외 직접 판매 및 구매액과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국가데이터처

그리고 글로벌에서 한국 상품을 원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유통’만이 아닐지 모릅니다. 갈라파고스 셀러처럼 아이디어는 있지만 혼자서는 현실화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제조를 연결하고 브랜딩을 지원하고 원가 경쟁력을 만드는 통합 물류를 엮어야 합니다. 제조와 글로벌 물류 역량이 함께 따라가야 품질과 가격, 가성비를 잡을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최근 제가 참여한 한 공공기관 컨설팅 현장에서 나눈 논의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기도 합니다. 수요에서 출발하는 글로벌 물류의 그림이 어떻게 그려질 수 있을지, 아직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갈라파고스 같은 곳의 소비자들에게 닿는 망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커넥터스에서도 계속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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