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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커넥트 :
3년여 만의 영업적자, 정말 ‘일시적’일까
숫자보다 말이 많았던 컨퍼런스콜이었습니다. 쿠팡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은 통상 이런 구조입니다. CEO가 비즈니스 방향성을 간략히 짚고, CFO가 숫자를 설명하고, 애널리스트 질의응답으로 넘어갑니다. 이번에도 형식은 같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의 무게 중심이 달랐습니다.
지난 6일(미국 현지시각 5일) 있었던 2026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쿠팡 경영진은 유독 긴 시간을 한 가지 메시지에 집중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시작된 쿠팡 고객 이탈(탈팡)이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됐지만요. 이것은 ‘일시적’이고, 회복은 이미 시작됐다는 해명이었습니다.
IR 목적의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이 방어적 설명에 긴 시간을 쓴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신호입니다. 숫자가 말하고 있으니까요.
무려 2억 4,200만 달러(약 3550억원). 쿠팡은 이번 1분기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2022년 3분기 처음 영업이익 흑자를 증명한 이후, 쿠팡은 매 분기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쌓아 올리며 ‘돈 버는 회사’라는 서사를 공고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흑자 행진이 이번에 멈췄습니다. 지난 분기 영업이익 지표(800만 달러)가 거의 소멸 수준으로 급락한 데 이어, 이번 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위기는 현실이 됐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실적 발표에선 말해주지 않은 쿠팡 ‘흑자 전환’의 이유, 커넥터스]
뿐만 아닙니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은 5%로 꺾였고, 활성 고객 숫자는 2분기 연속 역성장했습니다. ‘탈팡’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쿠팡의 성장은 지금이 고점이고 주가에도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쿠팡 경영진 입장에서 이걸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지난 4분기 쿠팡 실적 분석에서 커넥터스는 이런 질문을 남겼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시작된 탈팡의 흔적이 쿠팡 지표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는데, 이것이 일시적인 여진인지 아니면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인지는 다음 분기를 봐야 한다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의 ‘탈팡 쇼크’, 숫자로 확인된 고객 이탈의 의미, 커넥터스]
이번 1분기 실적이 그 답을 내놓았습니다. 완전한 답은 아니지만, 윤곽은 잡힙니다. 이번 커넥트레터는 그 윤곽을 따라갑니다. 쿠팡은 왜 적자가 났고, 그 적자는 진짜 위기의 신호인지 아니면 그들 말대로 일시적인 충격인지. 숫자 뒤에 있는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쿠팡이 말하는 ‘일시적’ 구조를 읽다
쿠팡의 흑자 서사는 단순합니다. 재고 부담을 직접 지는 1P 직매입 유통(로켓배송)과 물류(빠른 무료 배송, 무료 반품) 서비스를 강화하여 고객을 모았고요. 3P 마켓플레이스 사업(아이템마켓)을 바탕으로 판매자를 모아서 ‘상품 구색’을 확장했고, 2P 풀필먼트 사업(로켓그로스)을 바탕으로 이 구색에 빠른 물류 ‘서비스’를 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료 멤버십(로켓와우)을 통해 이 서비스에 고객을 락인시키고, 충성고객을 지렛대로 구매력을 가져가면서 ‘저렴한 가격’을 만들었죠.
이를 요약하면 쿠팡이 수조 원을 투자해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서비스(Service)와 상품 구색(Selection), 저렴한 가격(Price)의 플라이휠을 돌리는 구조이고요.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이 성장 서사는 매 분기 실적발표에서 쿠팡 경영진을 통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에서도 김범석 CEO의 입에서 나왔죠.
“현재 상황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 탁월한 운영(Operational Excellence), 규율 기반 자본 배분(Discipline Capital Allocation)은 창사 이래 쿠팡을 이끌어 온 원칙이며, 지금 이 시기에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지난 1월은 우리 프로덕트 커머스(국내 커머스 사업) 매출 성장률의 저점이었으나, 이후 매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개선이 이뤄졌고 2월과 3월 들어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졌습니다. 우리 회복은 10년 전 로켓배송을 론칭한 이래 비즈니스를 이끌어 온 동일한 동력, 즉 상품 구색(Selection)과 가격(Price), 서비스(Service) 전반에 걸친 ‘와우’ 경험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됩니다. 이 경험은 수년간 수십억 달러(수조 원)의 투자로 구축된 것이며, 시장 내 격차를 지속적으로 벌려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 김범석 쿠팡 CEO,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모두발언 中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만든 낙차
그런데 이번 적자의 구조를 뜯어보면, 역설적이게도 쿠팡의 성장을 만든 물류 네트워크가 이번엔 ‘짐이’ 됐습니다. 먼저 이번 실적발표 숫자에 드러난 성장의 낙차부터 확인합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기 직전인 2025년 3분기,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국내 커머스 사업) 매출은 고정 환율 기준 18% 성장했습니다. 활성 고객 숫자는 2,4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 전 분기 대비로도 3.3% 늘었습니다. 프로덕트 커머스 조정 EBITDA 마진은 8.8%, 영업이익은 1억 6,200만 달러(약 2,400억 원)로 안정적인 흑자를 이어가고 있었죠.
이번 1분기 같은 지표를 보면 다른 세계처럼 보입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 성장률은 고정 환율 기준 5%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쿠팡이 제시한 1분기 매출 전망 범위가 5~10%였으니, 이번 5%는 정확히 최저치입니다. 18%에서 5%로. 한 번의 사고가 만들어낸 낙차입니다.
활성 고객 숫자는 더 직접적입니다. 2025년 3분기 2,470만 명이 고점이었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 영향이 처음 반영된 4분기에는 2,460만 명, 사고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된 이번 1분기는 2,390만 명으로 2분기 연속 감소입니다. 이는 2025년 2분기 활성 고객 숫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1년의 시간이 뒤로 돌아간 것과 다름없습니다.
‘일시적’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 경영진은 이러한 숫자들이 ‘일시적’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꼽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씩 짚어봅니다.
① 대규모 보상 쿠폰
쿠팡은 피해 고객에게 총 12억 달러(약 1조 6,850억 원) 규모의 쿠폰을 발행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 고객 1인당 5만 원(쿠팡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알럭스 2만 원, 쿠팡트래블 2만 원) 상당의 쿠폰을 발행하였고, 이것이 1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배포됐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쿠팡의 1.7조 보상안, 왜 이성적 선택이 분노를 불렀을까, 커넥터스]
이 쿠폰이 1분기에 집중적으로 사용됐고, 쿠팡에 따르면 회계 처리상 쿠폰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매출에서 그대로 차감됩니다. 쿠팡이 물건을 팔았지만, 그 매출 일부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잡히는 구조입니다.
쿠팡은 이것이 이번 1분기의 낮은 매출 성장률과 수익성 악화 모두를 설명한다고 밝혔습니다. 4월까지 사용 가능한 쿠폰 구조로 인해 2분기에도 그 영향이 일부 남겠지만, 같은 규모의 쿠폰이 다시 발행되지 않는 한 이 비용의 재발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쿠팡의 ‘일시적’이라는 주장이 틀리지 않습니다.
② 비어버린 물류의 역할
이게 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앞서 설명한 쿠팡의 성장 구조, 즉 물류 네트워크 내재화는 물량이 늘수록 단위 비용이 줄고 마진이 개선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는 수요가 쿠팡의 예측대로 흘러올 때만 강점이 됩니다.
쿠팡에 따르면 물류 인프라와 인력, 공급망 파트너 관련 투자는 모두 수 분기, 때로는 수 년 앞을 내다보고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터지면서 실제 수요가 그 곡선 아래로 꺾였습니다. 물류센터와 인력, 공급망은 앞으로 늘어날 물량을 기반으로 준비했는데, 실제로 그만큼의 물량이 들어오지 않은 겁니다. 고정비는 나가는데 이를 감당할 매출이 없으니 그 차이가 고스란히 손익에 구멍으로 나타납니다. 이번 1분기 운영 및 판관비(OG&A)가 총 순매출의 29.9%까지 올라간 이유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2.5%p 높아진 수치입니다.
김범석 대표는 이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과 같은 역학 관계라 설명했습니다. 정확히는 이렇습니다. 코로나 때는 수요가 급증했는데 인프라가 부족했고, 지금은 수요가 줄었는데 인프라가 남습니다. 방향은 반대지만, ‘하나의 수요 곡선에 맞춰 구축된 설비가 다른 수요 곡선을 맞이하게 되는’ 역학 관계는 같다는 설명입니다.
플라이휠이 순방향으로 돌 때, 그러니까 고객의 주문이 반복적으로 늘어날 때 쿠팡의 물류 네트워크는 흑자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주문이 줄어들자 같은 네트워크는 적자의 이유가 됐습니다. 강점이 약점이 되는 구조적 역설입니다.
다만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전제가 하나 필요합니다. 물량을 창출하는 주문 성장률이 쿠팡의 예상대로 회복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물류 인프라와 네트워크의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커넥터스 백브리핑 :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
쿠팡이 내놓은 회복 근거 중 가장 강한 것은 와우 멤버십 숫자입니다. 쿠팡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사고 이후 이탈한 와우 회원 숫자 기준 80%가 돌아왔습니다. 이 숫자에는 신규 회원과 탈퇴했다가 복귀한 회원이 포함된다는 설명입니다. 복귀한 회원들은 이전 소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하죠. 이것이 물량을 창출하는 주문 성장률이 예상대로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 쿠팡이 내놓은 답입니다.
쿠팡 월간 결제추정금액 변화 요약 ⓒ와이즈앱외부 기관의 데이터도 쿠팡의 발표를 어느 정도 뒷받침합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쿠팡의 월간 결제추정금액은 5조 7,136억 원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MAU(월간 순 방문자 수)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쿠팡이 말하는 80% 회복이 외부 데이터와 교차 검증되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탈팡 이슈는 끝난 걸까요. 조심스럽게 말하면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탈한 와우 회원 20%의 행방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쿠팡의 결제추정액 성장률은 3.7%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의 결제추정액은 22.8% 성장했습니다. 탈팡의 수혜가 네이버에 집중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네이버는 이렇게 유입된 고객을 붙잡기 위해 갖은 마케팅 비용을 태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올해 커머스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쿠팡 대비 열위에 있던 물류 서비스 강화를 꼽고, N배송 적용 상품 범위를 올해 25%까지 늘려가고 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에 따르면 그래야만 고객이 네이버 커머스에 느끼는 서비스 경험이 ‘경쟁사’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 커머스, 숫자가 사라진 자리에서 읽어야 할 것들, 커넥터스]
다른 하나는 탈팡 이전 수준의 성장률 회복이 아직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가 쿠팡의 2026년 2분기 실적 전망에 있습니다. 쿠팡이 제시한 2분기 연결 매출의 고정 환율 기준 성장률은 9~10% 수준입니다. 1분기 5%보다는 나아진 숫자이지만, 사고 이전 기준인 18%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수익성 회복은 더 더딥니다. 쿠팡은 2분기 조정 EBITDA 마진이 전년 동기 대비 3~4%p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는데요. 2025년 조정 EBITDA 마진률 5%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26년 2분기 마진률은 1~2%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사고 이전 수익성을 회복하는 경로는 2027년의 과제로 연기됐습니다. 쿠팡이 스스로 올해는 내내 눌린 상태의 수익성을 감수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김범석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일반적으로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물류시설 폐쇄, 인원 감축 등 단기 지표를 위해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 선택지가 비즈니스와 고객에게 잘못된 선택이라 생각합니다. 폐쇄한 설비는 회복이 진행될 경우 다시 필요해질 텐데, 일부 설비의 선행 준비기간을 고려하면 혼란을 야기할 뿐 아니라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두 번째 선택은 성장이 회복됨에 따라 투자한 비용 기반을 수요가 따라잡고, 가동률이 목표치로 돌아올 것을 믿고 일시적인 가동률 저하를 감당하는 것입니다. 쿠팡이 취하는 선택이 바로 이것이며, 이 기간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회복이 될 경우 가동률은 다시 균형을 이루고 마진 압박은 해소될 것이고, 내년 연간 마진은 다시 확장세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김범석 쿠팡 CEO,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 질의응답 中
그런데 숫자 바깥에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콜 말미에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 김범석 CEO의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동일인, 즉 ‘재벌 총수’ 지정 이슈입니다.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쿠팡 CFO는 이에 대해 “최근 지정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쿠팡은 영업하는 모든 권역에서 규제 기관과 건설적으로 협력하고 필요한 모든 의무를 다할 것이며, 이것이 현재 공유할 수 있는 전부”라 밝혔습니다.
이 이슈는 단순히 지배구조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쿠팡이 미국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행보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겹쳐지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를 움직여 한국 규제에 대응하려는 방식이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쿠팡 내외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괘씸죄’가 붙어서 정부 규제는 더 강해지고, 소비자 반감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쿠팡 입점 셀러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거의 30% 가까운 주문이 줄어들고 이제 겨우 회복을 했는데, 왜 저렇게 대응하는지 모르겠다”며 “미디어와 규제당국에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계속 노출되는데, 다시 한 번 탈팡 이슈가 번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3월 MAU 반등, 80% 와우 회원 회복, 2분기 성장률 전망 개선. 방향 자체는 쿠팡이 말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 이전의 궤도로 완전히 복귀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 사이 쿠팡을 둘러싼 여러 반감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커넥터스는 쿠팡의 분기별 수치와 와우 멤버십 추이, 그리고 규제 동향을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숫자는 영업이익이 아닙니다. 3분기 2,470만. 4분기 2,460만. 1분기 2,390만. 다음 분기 쿠팡 활성 고객의 숫자가 어디를 향하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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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열리는 커넥터스 커뮤니티
- 곧 새로운 모임 공지가 오픈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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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여 만의 영업적자, 정말 ‘일시적’일까
숫자보다 말이 많았던 컨퍼런스콜이었습니다. 쿠팡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은 통상 이런 구조입니다. CEO가 비즈니스 방향성을 간략히 짚고, CFO가 숫자를 설명하고, 애널리스트 질의응답으로 넘어갑니다. 이번에도 형식은 같았습니다. 그런데 내용의 무게 중심이 달랐습니다.
지난 6일(미국 현지시각 5일) 있었던 2026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쿠팡 경영진은 유독 긴 시간을 한 가지 메시지에 집중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시작된 쿠팡 고객 이탈(탈팡)이 지표에 본격적으로 반영됐지만요. 이것은 ‘일시적’이고, 회복은 이미 시작됐다는 해명이었습니다.
IR 목적의 컨퍼런스콜에서 경영진이 방어적 설명에 긴 시간을 쓴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만큼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신호입니다. 숫자가 말하고 있으니까요.
무려 2억 4,200만 달러(약 3550억원). 쿠팡은 이번 1분기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2022년 3분기 처음 영업이익 흑자를 증명한 이후, 쿠팡은 매 분기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쌓아 올리며 ‘돈 버는 회사’라는 서사를 공고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그 흑자 행진이 이번에 멈췄습니다. 지난 분기 영업이익 지표(800만 달러)가 거의 소멸 수준으로 급락한 데 이어, 이번 분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위기는 현실이 됐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실적 발표에선 말해주지 않은 쿠팡 ‘흑자 전환’의 이유, 커넥터스]
뿐만 아닙니다.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은 5%로 꺾였고, 활성 고객 숫자는 2분기 연속 역성장했습니다. ‘탈팡’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면, 쿠팡의 성장은 지금이 고점이고 주가에도 당연히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게 됩니다. 쿠팡 경영진 입장에서 이걸 그냥 넘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지난 4분기 쿠팡 실적 분석에서 커넥터스는 이런 질문을 남겼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시작된 탈팡의 흔적이 쿠팡 지표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는데, 이것이 일시적인 여진인지 아니면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인지는 다음 분기를 봐야 한다고요.
[함께 보면 좋아요! : 쿠팡의 ‘탈팡 쇼크’, 숫자로 확인된 고객 이탈의 의미, 커넥터스]
이번 1분기 실적이 그 답을 내놓았습니다. 완전한 답은 아니지만, 윤곽은 잡힙니다. 이번 커넥트레터는 그 윤곽을 따라갑니다. 쿠팡은 왜 적자가 났고, 그 적자는 진짜 위기의 신호인지 아니면 그들 말대로 일시적인 충격인지. 숫자 뒤에 있는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AI도 모르는 유통물류 이야기 :
쿠팡이 말하는 ‘일시적’ 구조를 읽다
쿠팡의 흑자 서사는 단순합니다. 재고 부담을 직접 지는 1P 직매입 유통(로켓배송)과 물류(빠른 무료 배송, 무료 반품) 서비스를 강화하여 고객을 모았고요. 3P 마켓플레이스 사업(아이템마켓)을 바탕으로 판매자를 모아서 ‘상품 구색’을 확장했고, 2P 풀필먼트 사업(로켓그로스)을 바탕으로 이 구색에 빠른 물류 ‘서비스’를 더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료 멤버십(로켓와우)을 통해 이 서비스에 고객을 락인시키고, 충성고객을 지렛대로 구매력을 가져가면서 ‘저렴한 가격’을 만들었죠.
이를 요약하면 쿠팡이 수조 원을 투자해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서비스(Service)와 상품 구색(Selection), 저렴한 가격(Price)의 플라이휠을 돌리는 구조이고요. 아마존을 벤치마킹한 이 성장 서사는 매 분기 실적발표에서 쿠팡 경영진을 통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번 분기에서도 김범석 CEO의 입에서 나왔죠.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만든 낙차
그런데 이번 적자의 구조를 뜯어보면, 역설적이게도 쿠팡의 성장을 만든 물류 네트워크가 이번엔 ‘짐이’ 됐습니다. 먼저 이번 실적발표 숫자에 드러난 성장의 낙차부터 확인합니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기 직전인 2025년 3분기,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국내 커머스 사업) 매출은 고정 환율 기준 18% 성장했습니다. 활성 고객 숫자는 2,470만 명으로 전년 대비 10%, 전 분기 대비로도 3.3% 늘었습니다. 프로덕트 커머스 조정 EBITDA 마진은 8.8%, 영업이익은 1억 6,200만 달러(약 2,400억 원)로 안정적인 흑자를 이어가고 있었죠.
이번 1분기 같은 지표를 보면 다른 세계처럼 보입니다.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 매출 성장률은 고정 환율 기준 5%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쿠팡이 제시한 1분기 매출 전망 범위가 5~10%였으니, 이번 5%는 정확히 최저치입니다. 18%에서 5%로. 한 번의 사고가 만들어낸 낙차입니다.
활성 고객 숫자는 더 직접적입니다. 2025년 3분기 2,470만 명이 고점이었고, 개인정보 유출 사고 영향이 처음 반영된 4분기에는 2,460만 명, 사고의 영향이 온전히 반영된 이번 1분기는 2,390만 명으로 2분기 연속 감소입니다. 이는 2025년 2분기 활성 고객 숫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1년의 시간이 뒤로 돌아간 것과 다름없습니다.
‘일시적’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 경영진은 이러한 숫자들이 ‘일시적’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꼽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한 가지씩 짚어봅니다.
① 대규모 보상 쿠폰
쿠팡은 피해 고객에게 총 12억 달러(약 1조 6,850억 원) 규모의 쿠폰을 발행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 통지를 받은 3,370만 계정 고객 1인당 5만 원(쿠팡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알럭스 2만 원, 쿠팡트래블 2만 원) 상당의 쿠폰을 발행하였고, 이것이 1월 15일부터 본격적으로 배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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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쿠폰이 1분기에 집중적으로 사용됐고, 쿠팡에 따르면 회계 처리상 쿠폰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매출에서 그대로 차감됩니다. 쿠팡이 물건을 팔았지만, 그 매출 일부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잡히는 구조입니다.
쿠팡은 이것이 이번 1분기의 낮은 매출 성장률과 수익성 악화 모두를 설명한다고 밝혔습니다. 4월까지 사용 가능한 쿠폰 구조로 인해 2분기에도 그 영향이 일부 남겠지만, 같은 규모의 쿠폰이 다시 발행되지 않는 한 이 비용의 재발 가능성은 낮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쿠팡의 ‘일시적’이라는 주장이 틀리지 않습니다.
② 비어버린 물류의 역할
이게 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앞서 설명한 쿠팡의 성장 구조, 즉 물류 네트워크 내재화는 물량이 늘수록 단위 비용이 줄고 마진이 개선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 구조는 수요가 쿠팡의 예측대로 흘러올 때만 강점이 됩니다.
쿠팡에 따르면 물류 인프라와 인력, 공급망 파트너 관련 투자는 모두 수 분기, 때로는 수 년 앞을 내다보고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터지면서 실제 수요가 그 곡선 아래로 꺾였습니다. 물류센터와 인력, 공급망은 앞으로 늘어날 물량을 기반으로 준비했는데, 실제로 그만큼의 물량이 들어오지 않은 겁니다. 고정비는 나가는데 이를 감당할 매출이 없으니 그 차이가 고스란히 손익에 구멍으로 나타납니다. 이번 1분기 운영 및 판관비(OG&A)가 총 순매출의 29.9%까지 올라간 이유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2.5%p 높아진 수치입니다.
김범석 대표는 이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상황과 같은 역학 관계라 설명했습니다. 정확히는 이렇습니다. 코로나 때는 수요가 급증했는데 인프라가 부족했고, 지금은 수요가 줄었는데 인프라가 남습니다. 방향은 반대지만, ‘하나의 수요 곡선에 맞춰 구축된 설비가 다른 수요 곡선을 맞이하게 되는’ 역학 관계는 같다는 설명입니다.
플라이휠이 순방향으로 돌 때, 그러니까 고객의 주문이 반복적으로 늘어날 때 쿠팡의 물류 네트워크는 흑자의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주문이 줄어들자 같은 네트워크는 적자의 이유가 됐습니다. 강점이 약점이 되는 구조적 역설입니다.
다만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전제가 하나 필요합니다. 물량을 창출하는 주문 성장률이 쿠팡의 예상대로 회복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물류 인프라와 네트워크의 가동률이 정상화되면서 수익성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커넥터스 백브리핑 :
여전히 살아있는 불씨
쿠팡이 내놓은 회복 근거 중 가장 강한 것은 와우 멤버십 숫자입니다. 쿠팡에 따르면 4월 말 기준으로 사고 이후 이탈한 와우 회원 숫자 기준 80%가 돌아왔습니다. 이 숫자에는 신규 회원과 탈퇴했다가 복귀한 회원이 포함된다는 설명입니다. 복귀한 회원들은 이전 소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하죠. 이것이 물량을 창출하는 주문 성장률이 예상대로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 쿠팡이 내놓은 답입니다.
외부 기관의 데이터도 쿠팡의 발표를 어느 정도 뒷받침합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6년 3월 기준 쿠팡의 월간 결제추정금액은 5조 7,136억 원으로 전월 대비 12% 증가했습니다. MAU(월간 순 방문자 수)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쿠팡이 말하는 80% 회복이 외부 데이터와 교차 검증되는 장면입니다.
그렇다면 탈팡 이슈는 끝난 걸까요. 조심스럽게 말하면 아직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 어려운 지점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이탈한 와우 회원 20%의 행방이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것입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쿠팡의 결제추정액 성장률은 3.7%에 그친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의 결제추정액은 22.8% 성장했습니다. 탈팡의 수혜가 네이버에 집중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네이버는 이렇게 유입된 고객을 붙잡기 위해 갖은 마케팅 비용을 태울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올해 커머스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쿠팡 대비 열위에 있던 물류 서비스 강화를 꼽고, N배송 적용 상품 범위를 올해 25%까지 늘려가고 있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에 따르면 그래야만 고객이 네이버 커머스에 느끼는 서비스 경험이 ‘경쟁사’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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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탈팡 이전 수준의 성장률 회복이 아직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 증거가 쿠팡의 2026년 2분기 실적 전망에 있습니다. 쿠팡이 제시한 2분기 연결 매출의 고정 환율 기준 성장률은 9~10% 수준입니다. 1분기 5%보다는 나아진 숫자이지만, 사고 이전 기준인 18%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습니다.
수익성 회복은 더 더딥니다. 쿠팡은 2분기 조정 EBITDA 마진이 전년 동기 대비 3~4%p 하락할 것이라 전망했는데요. 2025년 조정 EBITDA 마진률 5%를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26년 2분기 마진률은 1~2%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사고 이전 수익성을 회복하는 경로는 2027년의 과제로 연기됐습니다. 쿠팡이 스스로 올해는 내내 눌린 상태의 수익성을 감수하겠다고 선언한 셈입니다. 김범석 대표는 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런데 숫자 바깥에 더 신경 쓰이는 게 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콜 말미에 한 애널리스트의 질문, 김범석 CEO의 공정거래법상 대규모기업집단 동일인, 즉 ‘재벌 총수’ 지정 이슈입니다.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 쿠팡 CFO는 이에 대해 “최근 지정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며 “쿠팡은 영업하는 모든 권역에서 규제 기관과 건설적으로 협력하고 필요한 모든 의무를 다할 것이며, 이것이 현재 공유할 수 있는 전부”라 밝혔습니다.
이 이슈는 단순히 지배구조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 쿠팡이 미국 정부에 로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행보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이 겹쳐지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를 움직여 한국 규제에 대응하려는 방식이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쿠팡 내외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오히려 ‘괘씸죄’가 붙어서 정부 규제는 더 강해지고, 소비자 반감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쿠팡 입점 셀러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거의 30% 가까운 주문이 줄어들고 이제 겨우 회복을 했는데, 왜 저렇게 대응하는지 모르겠다”며 “미디어와 규제당국에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계속 노출되는데, 다시 한 번 탈팡 이슈가 번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3월 MAU 반등, 80% 와우 회원 회복, 2분기 성장률 전망 개선. 방향 자체는 쿠팡이 말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고 이전의 궤도로 완전히 복귀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 사이 쿠팡을 둘러싼 여러 반감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커넥터스는 쿠팡의 분기별 수치와 와우 멤버십 추이, 그리고 규제 동향을 계속 추적하겠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숫자는 영업이익이 아닙니다. 3분기 2,470만. 4분기 2,460만. 1분기 2,390만. 다음 분기 쿠팡 활성 고객의 숫자가 어디를 향하는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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